1차 국민 요구 10대 개헌안 선정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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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의(正義)

분업개념은 논리적으로 일의 분배 그리고 성과물의 분배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분업사회에서는 사회전체의 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사회구성원 중 누가 그 중의 어떤 일을 수행할 것인지, 그리고 분업을 통하여 생산된 선을 개개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분업하여 상생하자는 데에는 쉽게 의견일치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분배 문제에 대하여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분업 방법과 생산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용역)의 배분 방식에 대하여는 가치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적게 일하고 적게 배분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많이 일하고 많이 배분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개인적 목적을 더 중시하는데 반하여, 어떤 사람은 개인적 목적보다 사회공동체의 공동선을 중시하는 등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사회적 분업과 분업으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가의 문제가 정의의 본질적 질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무조건적으로 올바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에 대한 관계에서의 올바른 것을 말한다고 보았다. 부정한 사람은 욕심이 많으므로, 자신을 위한 선에만 마음을 쓰므로, 이런 사람이 이득을 본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사람들 관계에서 그의 행동은 부정의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배분이 비례적일 때에 정의롭다고 말했다.

다시 무엇이 비례적인 것인지,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는 일의적으로 판단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마다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정의의 내용을 두고 사회구성원 사이에서 다툼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다툼을 극복하고 일정한 분배질서를 형성해서 구성원들을 설득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경우, 사회가 성립되었다고 말하게 된다. 가족사회, 조폭사회, 종교사회 등 다양한 사회가 존재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구성원 전체에 대하여 배분질서를 강제할 수 있는 사회를 ‘국가사회’라고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질서는 구성원 사이의 분업과 배분의 질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질서가 성립되었다고 하여 그 국가질서가 ‘정의’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정의한 질서도 구성원 전부에 대하여 강제할 수 있으면 국가질서로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수없이 많은 국가들이 존재했었는데, 일반적으로 구성원 전부를 행복하게 해주기보다는 특정 일부구성원들만 선을 향유하면서 다른 구성원들을 착취하는 질서를 국가질서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분업의 발달로 사회적 부의 생산이 급격히 증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이 그 부를 정의롭게 배분받지 못하였던 것이다.

먼저, 인류 초기에 있었던 농업혁명의 역사를 살펴본다. 철기를 바탕으로 한 농업혁명은 인간의 근력에 의존하던 농경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농업기술발달에 따라 사업은 철제 농기구의 생산을 위한 제철업, 황무지 개간 사업, 대규모 수리사업, 산물의 교환을 위한 원격지 무역사업, 화폐에 기반한 상업, 국가보전 및 확장을 위한 국방사업 등으로 분화하여 분업과 협업이 활발해졌다. 분업에 따라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부지런한 농부들은 그렇게 힘들여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곧 더 나은 식사와 더 많은 여유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나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당시 사회는 군주제 국가질서를 채택하고 있었는데, 그 요지는 군주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자와 엘리트가 산업의 분업과 그 생산물의 분배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군주는 그 자신이 신(神)이나 신의 아들 또는 신의 대리인이므로 신의 뜻에 따라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기원전 1776년 바빌로니아 제국에서 시행되던 함무라비 법전에는 당시 메소포타미아 주신인 아무, 엔릴, 마르두크 신이 함무라비에게 “정의가 지상에서 널리 퍼지고 사악하고 나쁜 것을 폐지하며,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을 방지하는” 임무를 주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군주와 지배자들은 농부들이 생산한 잉여식량으로 먹고살면서 농부들에게는 겨우 연명할 것밖에 남겨주지 않았다. 그들은 왕궁과 성채, 기념물과 사원을 지었다. 근대 후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90퍼센트는 아침마다 일어나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땅을 가는 농부이었다. 농업혁명을 통하여 이룩한 군주제 국가질서는 역사상 최대의 사기(詐欺)질서이었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결과도 비슷하였다. 분업에 의한 기술 변혁은 방적업, 직포업, 각종의 화학공업에로 계속 파급되었고, 금속공업과 탄광업에 이어 공작기계와 원동기를 생산하였고, 기관차와 철도 등 상업교통조직에도 급격한 변혁을 가져왔다. 대규모생산이 가능한 공장제도가 수립되고, 각종의 농업기계를 기초로 자본제 대농경영도 촉진하였다. 그러나 공장에서 일하는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은 아주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하루에 12~14시간 이상 일해야 했다. 작업장은 어두침침하고 먼지로 둘러싸여 있었고, 여성이나 아이까지 공장에 나가 일해야 했다.

당시 근대국가는 자유방임주의를 국가질서로 채택하고 있었다. 전근대 군주제 국가의 권위가 신(神)이었던데 반하여 근대국가의 권위는 인간 그 자체이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성적 존재로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으므로 외부적 간섭 없이 자유롭게 놓아둘 때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각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유방임주의질서는 이성적인 인간들의 자유로운 경쟁질서가 아니라, 탐욕이 가득한 자본가들의 시장지배 독점질서를 형성했을 뿐이었다. 자유방임주의의 환상을 쫓아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도시에는 이들을 받아줄 아무런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살 집은 물론, 화장실, 상하수도 시설조차 제대로 없어서 전염병이 유행했다. 노동자들이 넘쳐나면 넘쳐날수록 자본가들은 더욱더 저렴한 가격으로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실수하여 기계에 손이 잘려나가도 노동자 자신의 과실에 의한 것이므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했고, 노동력이 상실되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퇴출되었다. 노동력의 착취는 모두 자본가들의 이윤이 되었고, 몇몇 자본가들은 호화 주택을 짓고 편안한 생활을 누렸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졌고, 분배의 정의문제를 두고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이 치열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자유방임주의질서의 실질은 국민 전체가 아닌 자본가를 위한,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의 질서이었을 뿐이었다.

오늘날 현대국가는 근대자유방임주의질서의 모순, 즉 시장의 독과점적 지배, 빈익빈부익부, 양극화 등 사회적 모순에 대하여 피착취자로서의 노동자, 농민, 서민대중,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국민주권의 주권자 지위를 주장하면서 자본가뿐만 아니라 노동자 서민대중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국가질서를 추구하는 국가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국가들이 현대국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는 전근대 군주제 국가에 머물러 있는 나라도 있고, 어떤 나라는 근대자유방임주의국가의 형태를 유지하는 나라도 있지만, 이들 국가를 현대국가라고 일컫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1830년대 선거법개혁 이후의 영국, 1848년 2월혁명 이후의 프랑스, 20세기초 재벌규제정책을 전개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의 미국,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의 러시아 등을 현대국가적 노력을 경주한 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

현대국가는 근대자유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의 관점에서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첫째는, 근대자유주의질서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므로 이를 전면 배제하고 국가의 공동체적 의사결정으로서의 공권력을 통해서 중앙집권적으로 분배를 행하면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국가질서이다. 둘째는, 근대자유주의질서의 근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하는 사회경제적 모순이 문제이므로 자유주의질서를 원칙으로 하면서 국가가 공동체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여 그 모순을 해결하여 국민 전체의 균등한 생활의 향상을 모색하자는 국가질서이다. 첫째 질서를 받아들인 국가를 사회주의국가 내지 공산주의국가, 둘째 질서를 추구하는 국가를 사회국가주의국가로 일컫는다. 사회주의국가 내지 공산주의국가가 국가 전체의 부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지도 못하였고, 전체 국민의 삶을 균등하게 향상시키는 데에도 실패하였음은 공산주의 역사를 통하여 익히 밝혀진 바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사회국가주의질서를 채택하여 국민 전체의 균등한 생활의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국가주의질서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우선 각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공동책임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사회국가주의질서가 완벽한 국가질서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부족한 인간들이 일부 국민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복리를 위하여 꾸준히 모색하고 노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최상의 국가질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회국가주의질서를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의 경우,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신들의 국가질서에 대하여 만족하고 있는 통계를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역사 흐름의 관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분배 정의의 내용이 과거 전근대 군주시대보다는 근대국가의 방식이 나아졌고, 현대 사회의 분배방식이 근대국가의 방식보다는 더 낫다고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적어도 전근대 군주제 국가질서 만연하였던 노예제도가 폐지된 상태이고, 근대자유방임주의질서에서 선거권, 피선거권이 부인되었던 노동자들, 나아가 여성들에게도 선거권, 피선거권이 부여되어(근대국가에서는 재산권을 가지고 일정한 금액 이상의 조세를 납부한 국민에게만 선거권, 피선거권을 부여하였었다. 결국 당시 자본가와 지주들에게만 참정권이 인정되었는데 전체 국민의 1 내지 3%에게만 인정되었었다)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구성원 전체의 관점에서 ‘향상과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아직 절대적 진리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서 구성원 전체의 선(善)를 증대시키고 이를 균등하게 배분함으로써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정의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 국가질서라고 볼 수 있다. 한 국가의 정의성(正義性)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보다 향상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겠고, 그것을 구성원 전체가 함께 추구하고 있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의 크기에 기초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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